“배설물 빼고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와 살 다 먹음.”
이 말, 그냥 농담 아니라는 것 모두 아실테죠?
우리의 식성은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재미와 경외심이 공존하는 한국인의 식재료 소비 범위를, 고기–산을 아우르며 정리해볼까요.
1부 – 머리부터 꼬리까지, 산과 들을 접수한 민족
우리는 음식을 그냥 먹지 않습니다.
잘라서 이름 붙이고, 데치고, 말리고, 삭히고, 찌고, 굽고, 쪄서…
먹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가장 맛있게’ 먹는 데 진심입니다.
① 고기 –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와 껍질까지 다 먹는다
소고기는 마치 지도처럼 세분화돼 있어요.
등심, 안심, 갈비는 기본이고, 부채살, 제비추리, 치마살, 업진살, 설도, 사태, 양지까지 먹는 부위 명칭만 30개가 넘습니다.
고기 하나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이름이 붙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 업진살: 불판 위에서 구워야 제맛
- 사태: 푹 삶아 장조림 or 수육
- 양지: 육수용 기본템

돼지고기도 마찬가지.
항정살은 구워야 제맛, 앞다리는 불고기, 갈매기살은 숯불에.
게다가 껍데기는 불에 지져 콜라겐 간식으로, 족발은 삶고 양념 발라 재탄생.

닭은 더하다.
날개, 정육, 봉, 뒷다리, 복채, 껍질까지.
‘봉’과 ‘윙’이 다른 부위라는 걸 구분하는 나라, 한국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가 고기를 해체하고 이름 붙이고 조리하는 솜씨는
거의 ‘해부학+요리학+언어학’의 결합이라 할 것입니다.
② 산과 들에서 나는 것들 – 그냥 안 먹고 ‘처리’해서 먹는다
봄이 되면 어르신들이 산으로 나섭니다. 목적은 딱 하나, 먹을 수 있는 풀 찾기!
산나물과 들나물은 독성을 없애고 풍미를 살려 먹는 기술의 총합입니다.
![]() |
![]() |
곰취, 두릅, 어수리, 음나무(개두릅), 곤달비, 원추리…
이 중 몇몇은 생으로 먹으면 배탈 나거나 독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 데칩니다 → 쓴맛 제거
✔ 말립니다 → 저장성 높임
✔ 삶고 무칩니다 → 나물 반찬 완성
✔ 장아찌로 삭힙니다 → 밥도둑 등극
어느 지역에선 돌나물은 생으로, 또 다른 곳에선 된장에 무쳐 먹습니다.
같은 식재료도 조리법이 달라지는 미식 DNA, 놀랍습니다~
'단풍잎 돼지풀' (Ambrosia artemisiifolia, 개쑥갓) 이라는 식물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해외에서는 알레르기 유발 1위 식물로 지정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되어 퇴치 작업에 나섰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렇게 나물, 전, 무침, 볶음 재료로 이용하는 분 들이 많아졌네요. 대단합니다.
③ 버섯 – 종류를 구분하고, 요리에 맞게 배치한다
서양에선 “mushroom” 하면 2~3종류가 끝.
하지만 한국인은?
- 느타리: 전골용
- 새송이: 구이용
- 표고: 탕·조림용
- 황금송이: 고급 재료
- 팽이: 찌개
- 백만송이: 이름도 예쁨 (농담 아님)

심지어 건표고, 생표고, 볶음용 표고까지 구분합니다.
심플하게 “버섯 하나”가 아니라, 요리에 따른 최적 버섯 배치까지 고려합니다.
한국인이 이렇게까지 먹는 이유는?
자연이 풍요로워서가 아닙니다.
오랜 세월, 궁핍하던 삶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혜가 축적된 결과죠.
그리고 그것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식문화 자산이 되었습니다.
예고: 2부 '바다를 뜯어 먹는 민족'
'한국 문화, 한국 역사, 한국인, 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케데헌"에서 '더피'가 들어가는 곳, '해태(해치)'는 무엇? (9) | 2025.07.21 |
|---|---|
| '편리한' 한국(1),미국에선 금융이체에 1~2일?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개발한 이유는? (12) | 2025.07.20 |
| 컴퓨터 게임을 너무 잘해서 부러움과 견제의 대상이 된 나라, '대한민국' (8) | 2025.07.18 |
| 가장 배우기 쉬운 '한글', 그러나 가장(?) 익히기 어려운 '한국어' (6) | 2025.07.17 |
|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 된 이유가 뭘까? (8) | 2025.07.12 |

